뉴질랜드 북섬 동해안에 자리한 네이피어는 단순한 해변 도시를 넘어, 매년 한 번 시간의 문을 여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1930년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도시 전경과 거리 분위기 속에서, 복고풍 패션과 클래식 자동차, 생생한 재즈 선율이 어우러지는 이곳은 여행자에게 비범한 하루를 선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과거로 떠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네이피어의 매력을, 패션, 자동차, 음악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아트데코 패션의 거리, 모두가 1930년대 주인공
1931년 대지진 이후 아트데코 양식으로 재건된 네이피어는 도시 전체가 건축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매년 2월 열리는 ‘아트데코 페스티벌(Art Deco Festival)’ 기간이면, 이 독특한 분위기가 절정에 이릅니다. 이 축제가 열리는 동안, 거리에는 깃털 모자와 프린지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 중절모와 서스펜더를 매치한 남성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관광객들도 복고풍 의상을 대여해 입고 거리를 거닐며,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심 곳곳에는 테마별 포토존이 설치되고, 아트데코 센터에서는 의상 전시와 스타일링 워크숍이 진행돼 참여형 즐길 거리도 풍부합니다. 한순간의 추억이지만, 그 하루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특별한 시간이 되어줍니다.
빈티지 자동차 퍼레이드, 거리 위의 클래식 박물관
이 축제의 또 다른 백미는 빈티지 자동차 퍼레이드입니다. 클래식카 애호가들이 직접 소장한 1920~30년대 차량들이 거리로 나와 엔진을 울리며 도심을 행진하는 장면은, 보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듭니다. 2025년 현재, 퍼레이드에는 약 200여 대의 차량이 참여했으며, 포드 모델 A, 롤스로이스 팬텀, 벤틀리 3L 등 평소 보기 어려운 희귀 차량들이 즐비하게 등장합니다. 관광객은 차량 옆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거나, 일부 호텔에서 운영하는 클래식 리무진 투어에 참여해 직접 탑승해 볼 수도 있습니다. 퍼레이드는 도심 메인 스트리트에서 진행되며, 이 시간에는 일부 도로가 보행자 전용으로 전환되어 차분하게 거리를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거리 전체가 움직이는 복고무대가 되는 순간입니다.
거리의 재즈 선율, 음악과 시간이 흐르는 도시
1930년대의 네이피어를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은 단연 음악입니다. 특히 재즈는 이 도시의 감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언어이기도 합니다. 축제 기간에는 거리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재즈 연주가 시작되며, 해변가 산책로부터 카페 앞, 호텔 라운지까지 다양한 장소가 무대로 변합니다. 공연은 전문 뮤지션부터 지역 동호회 밴드까지 폭넓게 참여하며, 무대와 관객의 경계 없이 모두가 함께 호흡하는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올해 새롭게 추가된 ‘재즈 야경 투어’ 프로그램은 조명이 켜진 아트데코 건물 사이를 누비며 라이브 음악과 함께하는 산책을 가능하게 했고, 즉흥 연주와 함께한 스윙댄스 이벤트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음악은 도시의 과거를 소리로 되살려내며,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여운을 남깁니다. 축제 기간 동안 일부 카페에서는 재즈 테마의 한정 메뉴를 선보이고, LP 음악을 틀어주는 레트로 콘셉트 공간도 마련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저녁 시간에는 야외 스윙댄스 수업이 무료로 열리며, 참여자 대부분이 현지 주민과 관광객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도 생깁니다. 또한 네이피어 박물관에서는 1930년대 악기 전시와 재즈 연주 워크숍이 열려, 음악을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재즈는 단지 흘러가는 배경이 아니라, 도시의 모든 감각을 과거와 연결해주는 예술 언어로 작용합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예상하지 못한 감동'이 아닐까요? 네이피어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하나의 공연에 초대된 관객이 되는 일입니다. 그 공연은 도시 전체가 만들어낸 연극이자, 당신이 직접 걸어 다니며 체험하는 드라마입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다른 시대의 사람처럼 살아보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을 실현시켜주는 곳, 그곳이 바로 네이피어입니다. 단 하루라도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진짜 '나만의 영화' 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도시를 선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