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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 에도시대 감성 그대로

by l8m8l 2025. 8. 4.

일본 기후현 북부에 위치한 다카야마는 ‘작은 교토’라 불릴 만큼 전통과 시간이 고스란히 보존된 소도시입니다. 특히 에도시대의 거리, 목조건물, 시장, 축제 등을 직접 보고 걷다 보면 마치 수백 년 전 일본으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본 글에서는 다카야마의 매력적인 전통 거리와 문화 체험, 여행을 알차게 즐길 수 있는 팁을 소개합니다.

다카야마, 에도시대 감성 그대로

시간을 걷는 거리, 산 마치 스지

다카야마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는 단연 산 마치 스지(三町筋)입니다. 이 거리는 에도시대 상인 거리로, 검은 목조 건물과 격자 창문, 돌길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옛 일본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관광지로 개발된 많은 전통 거리와는 다르게, 이곳은 주거와 상점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살아 있는 역사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옛 양조장, 전통 찻집, 일본식 과자 가게, 민예품 상점이 줄지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사케 양조장에는 옛 주조 도구와 술을 시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일본 전통술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습니다. 저는 직접 '히다 사케'를 시음해 봤는데, 부드럽고 진한 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산 마치 스지는 아침이나 해 질 무렵이 가장 아름다운데요. 상점 셔터가 내려간 이후 조명이 켜진 거리 풍경은 또 다른 감성을 선사합니다. 혼자 천천히 걸으며 셔터를 누를 때, 마치 영화 속 장면에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에도시대 양식 그대로 보존된 민가와 상점 건물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중요 전통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존 덕분에 다카야마는 ‘산속의 작은 교토’라는 별칭이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장소입니다.

전통을 손끝으로 느끼는 문화 체험

다카야마는 단순히 풍경만 즐기는 곳이 아닙니다. 일본의 전통문화와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 여행자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대표적인 체험으로는 히다 목공 체험이 있습니다. 히다 지방은 목공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전통 방식의 짜맞춤 기술(나사나 못 없이 맞추는 건축 기술)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방에서는 직접 나무를 깎고, 미니 가구나 접이식 나무 상자를 만들어보는 수업이 열립니다. 저도 체험에 참여해 작은 펜꽂이를 만들어 봤는데, 정성을 들여 만든 그 느낌이 매우 특별했습니다.

또한 기모노 체험과 거리 산책도 인기입니다. 전통 기모노 또는 유카타를 입고 산 마치 스지 거리를 걷는 것은,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일부 렌털샵에서는 헤어 세팅과 사진 촬영까지 제공해 주며, 특히 여성 여행자나 커플들에게 추천할 만한 체험입니다.

아울러 다카야마에는 일본 전통 인형인 ‘사루보보(원숭이 아기 인형)’ 만들기 체험도 있습니다. 이 인형은 건강과 행운을 상징하며, 지역 사람들에게는 수호 부적으로 여겨집니다. 손바느질이 중심이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에도 좋은 체험이 될 수 있습니다.

문화 체험 외에도 다카야마 진야(高山陣屋)라는 옛 막부 행정청은 내부 관람이 가능하며, 일본의 통치 구조와 관료제도, 형벌 기록까지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역사 공간입니다.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전통의 본질을 보고 느끼는 깊이 있는 여행이 가능한 곳이 다카야마입니다.

다카야마 여행, 이렇게 준비하세요

다카야마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주요 도시에서 일정 거리가 있기 때문에 교통과 숙소 예약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벚꽃과 단풍철, 또는 다카야마 마츠리(축제) 기간에는 빠르게 예약이 마감되므로 최소 1~2개월 전에는 일정을 확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통편은 나고야에서 기차로 약 2시간 30분 소요되며, JR 히다 특급 열차를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오사카나 교토에서 이동할 경우에는 JR 또는 버스 연계를 고려해야 하며, 짧은 일정이라면 렌터카 이동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인근 시라카와고, 고카야마 등과 묶어 2~3일 일정을 짜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숙소는 전통 료칸, 비즈니스호텔, 민박 등이 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다카야마 역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이동이 편리합니다. 전통 료칸을 선택하면 유카타 제공, 다다미방 숙박, 일본식 조식 등을 통해 보다 깊은 일본 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현지 음식도 다카야마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히다규(飛騨牛) 요리, 미소 소스 닭꼬치, 다카야마 라멘은 꼭 맛봐야 할 지역 음식입니다. 특히 다카야마 라멘은 얇은 간장 베이스 국물에 쫄깃한 면이 특징으로, 오래된 가게일수록 간판이 없는 곳도 있으니 현지인 추천을 따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현금은 반드시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상점과 식당은 여전히 카드 결제를 받지 않으며, 자동화기기도 외국인 카드 사용이 제한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과거가 살아 숨 쉬는 다카야마

다카야마는 단지 오래된 거리가 있는 마을이 아닙니다. 여전히 그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삶을 이어가며,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도시화되지 않은 고요함, 역사 깊은 건축물, 정성과 장인의 손길이 담긴 체험 프로그램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진짜 ‘일본 스러운’ 여행을 완성시킵니다.
바쁘고 복잡한 현대에서 벗어나,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험을 원한다면, 다카야마는 가장 이상적인 목적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