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민도(Mindoro)는 아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여행자들 사이에선 ‘해양 생태의 보고’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특히 산호초의 다양성과 건강도 면에서 세계적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해양보호 정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죠. 필리핀 민도는 많은 이들의 발길에서 비켜난 조용한 해양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화려한 리조트 대신 산호가 살아 숨 쉬는 바다, 지역과 공존하는 삶, 그리고 깊은 바닷속의 감동을 품은 이곳은 ‘보는 여행’이 아닌 ‘느끼는 여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산호초가 숨 쉬는 바다, 민도의 보석 같은 해역
민도 해역은 동남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산호초 밀집 지역입니다. 특히 사방(Sabang) 앞바다는 다양한 색의 산호와 그 안에 서식하는 수많은 어류로 유명합니다. 파란 바다 속으로 고개를 넣는 순간 펼쳐지는 세계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정원처럼 느껴집니다. 연산호, 뇌산호, 버섯산호 등 각양각색의 산호들이 층층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사이를 누비는 니모, 라이언피시, 가오리, 바다거북까지. 무엇보다 이 지역은 산호초 보존 상태가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나친 관광개발보다 ‘생태 중심’ 접근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2025년 기준으로도 민도 인근 바다는 여전히 ‘하얀 백화현상 없이 살아 숨 쉬는 산호’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죠. 여행자로서 우리는 이 생태계를 소비하는 입장이 아닌 ‘조심스레 들여다보는 관찰자’가 되어야 합니다. 스노클링을 할 땐 산호에 발을 대지 않기, 생물을 만지지 않기, 해양 친화적 선크림 사용하기 등 아주 작은 태도가 민도의 산호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 작은 실천이 이 아름다운 바다를 다음 세대에게도 선물로 남길 수 있게 해주는 거죠.
민도의 해양보호 정책, 지역과 자연의 공존을 위하여
민도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자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자연을 지키려는 노력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이후 필리핀 정부와 민도 지방자치단체는 해양보호구역(MPA: Marine Protected Area)을 지정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운영해왔습니다. 특히 푸에르토 갈레라(Puerto Galera) 지역은 해양보호 정책의 선도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2025년 현재, 민도 지역에는 20곳 이상의 MPA가 운영되고 있으며, 입장 시 생태세를 부과하고 그 수익을 다시 해양 보호에 사용하는 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습니다. 여행자가 지불한 몇 백 페소가 산호초 복원 사업, 환경 교육, 쓰레기 수거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놀라운 점은 이러한 보호 활동의 주체가 ‘정부’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지 다이빙 샵, 어부들, NGO 단체, 마을 자치기구까지 다양한 주체가 협업하여 해양 생태계를 함께 지켜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민도의 ‘지속가능한 여행’이라는 가치로 이어집니다. 관광은 자연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잘만 설계되면 지역과 함께 숨 쉬는 생태경제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걸 민도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도에서의 다이빙, 바다 속 다른 세상을 만나다
민도는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다이빙 포인트를 갖춘 곳입니다. 사방 비치에는 수십 곳의 다이빙 센터가 있고, PADI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교육도 활발히 진행됩니다. 다이빙 초보라면 얕은 리프 다이빙이나 디스커버 스쿠버 프로그램으로 바다 입문이 가능하고, 경험자라면 더 깊고 역동적인 월 다이빙, 난파선 다이빙까지 도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25년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다이빙 포인트는 Canyons, Sabang Wreck, Coral Garden입니다. Canyons는 바위 사이로 거센 조류를 타며 회유성 어종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어 스릴 만점이며, Coral Garden은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천천히 흐르는 산호 정원처럼 부드러운 포인트입니다.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와 장비를 정리할 때의 그 뿌듯함, 저녁에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찍은 영상들을 돌려보는 순간. 그 시간 속엔 바닷속 생명들과 교감한 하루의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민도 다이빙의 진짜 가치는, 바닷속 생태계를 단순히 '체험'하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 살아 있는 생명 하나하나를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게 되는 데 있습니다.
민도는 대규모 리조트도 없고, 편의시설이 넘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바다와 공존하려는 조용한 움직임과 사람들의 따뜻한 태도가 있습니다. 산호초를 마주하는 스노클링의 순간, 보호정책을 듣고 내는 생태세, 다이빙 후 생명의 기운을 느끼는 시간. 이 모든 경험은 민도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숨 쉬는 여행으로 만들어줍니다. 자연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행자라면, 민도의 바다는 단지 한 번의 추억이 아닌,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