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제2의 도시 브르노(Brno)는 프라하에 비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숨겨진 지하 세계로 많은 여행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특히 브르노 카타콤(Brno Catacombs) 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납골당을 포함한 독특한 지하 구조물로, 역사와 종교, 도시 계획이 얽힌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브르노 지하도시의 탄생, 왜 카타콤인가
브르노의 지하 세계는 단순한 유적이 아닙니다. 이곳의 지하는 중세시대의 저장고, 피난처, 납골당으로 활용되며 도시와 함께 진화해 온 공간입니다. 특히 구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성 야콥 성당(Kostel svatého Jakuba) 아래에는 체코에서 가장 큰 지하 납골당(ossuary) 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납골당은 17~18세기 흑사병과 전쟁으로 숨진 수만 구의 유골이 보관된 공간으로, 프랑스 파리 카타콤 다음으로 유럽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합니다. 입장하면 가이드 없이도 안내 표지와 조명이 잘 되어 있으며, 고요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유골의 세계는 여행객에게 죽음과 도시의 역사를 동시에 생각하게 만듭니다.
제가 직접 다녀온 브르노 카타콤에서는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기억이 저장된 공간”이라는 현지 가이드의 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감정이 밀려오는 공간이기도 했죠.
여행자가 체험할 수 있는 브르노 카타콤 코스
브르노의 지하 유적은 단일 코스가 아닌, 도심 전체에 흩어진 지하 구조물을 연결한 형태입니다. 대표적으로 아래 3곳이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 성 야콥 성당 납골당 (Ossuary of St. James)
약 5만 구 이상의 유골이 벽을 따라 쌓여 있고, 영상 및 설명이 함께 제공되어 교육적 가치도 높습니다. - 브르노 중앙시장 지하 (Labyrinth under Zelný trh)
과거의 식량 저장소, 와인 셀러, 감옥 등이 연결되어 있는 복합 지하 미로. 유머러스한 해설 투어와 조명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 카필라 무명성인 지하채플 (Capuchin Crypt)
실제로 미라화된 수도사들의 시신이 전시된 공간으로, 종교와 죽음, 신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장소입니다.
이 중에서 카타콤 분위기가 가장 강한 곳은 성 야콥 성당 하부이며, 음향·조명까지 잘 갖춰져 있어 혼자 방문해도 몰입감이 높습니다. 2024년부터는 오디오 가이드에 한국어 버전도 추가되어 더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브르노 카타콤 여행의 실용 가이드
지하 유적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아래 정보를 꼭 확인하세요:
- 운영 시간: 대부분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 티켓 가격: 납골당 단독 200~250 Kč, 3개 코스 통합권 450 Kč 내외
- 언어 지원: 영어, 체코어, 일부 지점 한국어 오디오 가능
- 복장 팁: 여름에도 지하 내부는 서늘(약 10~12℃)하므로 겉옷 필수
- 위치: 브르노 중앙광장 주변에서 모두 도보 5~10분 내외 이동 가능
브르노 시청에서는 2025년부터 지하 역사문화 해설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며, 정기 해설 투어, VR 가상 카타콤 체험도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감성보다는 역사와 체험 중심 여행을 선호하는 분께 특히 추천할 만한 코스입니다.
결론
브르노의 지하 유적, 특히 카타콤은 단순한 유럽 관광지를 넘어서는 문화적 깊이와 상징성을 가진 장소입니다. 유럽의 또 다른 얼굴, 땅속에 숨겨진 시간의 흔적을 마주하고 싶다면 브르노는 훌륭한 선택입니다. 가볍지만 인상 깊은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브르노 카타콤을 꼭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