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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디프, 마르세유 항구를 지킨 성

by l8m8l 2025. 8. 7.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 마르세유. 이 도시의 앞바다에는 오랜 세월 동안 요새이자 감옥으로 기능했던 섬, 샤토 디프가 우뚝 서 있습니다. 이곳은 수세기 동안 외적의 침입을 막는 방어 기지였고, 이후에는 악명 높은 감옥으로 전환되며 수많은 이야기와 전설을 품게 되었죠. 오늘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역사와 문학이 살아 숨 쉬는 이 독특한 공간, 샤토 디프의 진면목을 살펴봅니다.

샤토 디프, 마르세유 항구를 지킨 성

마르세유를 지켜낸 해상 요새의 역사

샤토 디프(Château d’If)는 1524년,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의 명령으로 건축이 시작된 해상 요새입니다. 마르세유 해안에서 약 1.5km 떨어진 작은 섬 ‘이프 섬(Île d’If)’에 세워진 이 성은, 지중해 연안에서 프랑스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 요충지로 건설되었습니다. 외적으로부터 마르세유 항구를 보호하려는 군사적 목적에서 비롯된 셈입니다.

당시 이 지역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의 세력이 자주 충돌하던 민감한 지점이었기에, 샤토 디프는 해상 감시 및 포격 거점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로 요새에는 당시 기준으로 매우 강력한 포가 배치되었고, 요새 구조는 원형 탑과 성벽으로 둘러싸여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성이 단 한 번도 외적과의 전쟁에서 실제 전투를 겪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이 성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억제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마르세유 시민들에게는 평화를 지켜준 요새로서의 상징이자, 외부 침입으로부터 도심을 보호한 보루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해상 방어의 전략적 중요성은 감소하게 되었고, 샤토 디프는 자연스럽게 감옥으로 활용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샤토 디프의 ‘어두운 역사’가 시작되죠.

자유를 박탈당한 섬, 감옥으로서의 샤토 디프

16세기 중반부터 샤토 디프는 정치범과 종교적 반대자들을 가두는 장소로 이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7세기 후반 루이 14세 시절, 위그노(프랑스의 개신교 신자)들을 수백 명 이상 수감하며 악명 높은 감옥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곳은 외딴 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주변을 둘러싼 급류와 암초, 철저한 경비 시스템 덕분에, 감금된 사람들은 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채 삶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섬 자체가 ‘자연 감옥’이었던 셈입니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으로 사용되면서부터입니다.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가 무고하게 수감되었다가 탈옥에 성공하는 이야기에서, 샤토 디프는 ‘억울한 사람들의 감옥’이라는 상징을 얻게 되죠. 이로 인해 소설이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면서, 샤토 디프 또한 국제적인 명소로 떠오르게 됩니다.

실제 샤토 디프 내부에는 당테스가 갇혀 있었다는 설정의 감방이 꾸며져 있으며, 방문객들은 그 공간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벽에 남겨진 과거 죄수들의 흔적, 단단한 철창, 습기 찬 석조 벽은 감옥이 지닌 폐쇄감과 고립된 분위기를 그대로 전합니다.

한편으로 이곳은 계급에 따라 수감 조건이 달라졌던 감옥이기도 했습니다. 귀족이나 부유한 계층은 비교적 쾌적한 감방에서 지낼 수 있었고, 평민은 최하층 습한 지하에 수감되었습니다. 이는 프랑스 사회의 불평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적 단면이기도 합니다.

샤토 디프 관광, 알고 가면 더 특별하다

오늘날 샤토 디프는 프랑스 역사와 문학, 건축을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마르세유에서 배로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날씨가 좋은 날엔 지중해를 바라보며 섬까지의 항해 자체도 즐거운 경험이 됩니다.

관광은 보통 마르세유 구항구(Vieux-Port)에서 출발하는 셔틀 배를 통해 이뤄지며, 현장 구매 또는 온라인 예매 모두 가능합니다. 섬에 도착하면 자유롭게 내부를 돌아볼 수 있고, 요새 꼭대기 전망대에서는 마르세유 전경과 지중해 바다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감옥 내부의 보존 상태입니다. 실제로 수백 년 전 사용된 철문, 돌침대, 감방 구조 등을 고스란히 볼 수 있어, 역사적 사실이 체험으로 연결되는 감동을 줍니다. 저는 이곳을 방문했을 때, 적막한 감방 안에 서서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 봤습니다. 억울하게 갇힌 이들이 느꼈을 절망, 희망, 탈출에 대한 열망 말이죠.

입장료는 성인 기준 약 6유로이며, 18세 미만은 무료 입장입니다. 또한 영어/불어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각 공간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여행 팁으로는 오전 첫 배를 타고 가는 것이 쾌적하며, 날씨가 흐린 날은 파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운항이 중단될 수 있으니 사전 날씨 체크는 필수입니다. 또한 여름철에는 입장객이 몰리니 온라인 사전 예매를 권장드립니다.

 

결론: 샤토 디프는 단순한 섬이 아니다

샤토 디프는 그저 마르세유 앞바다에 떠 있는 고성 하나가 아닙니다. 이곳은 프랑스 역사 속 권력의 도구이자, 억압과 자유의 상징, 그리고 문학 속 전설이 된 장소입니다.
한때 마르세유를 지키던 요새에서, 누군가의 절망이 담긴 감옥이 되고, 지금은 그 기억을 전하는 박물관으로 변화한 이 공간.
샤토 디프를 방문한다는 것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역사와 인간의 이야기를 직접 체험하는 특별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