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저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곧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설렐 수 있구나.” 출근길 발걸음도 가볍고, 평소엔 짜증 나던 회의조차도 그날따라 그냥 흘러가는 느낌이었어요. 여행을 생각하면 그렇게 마음이 들뜨고, 어느새 ‘사는 맛’이 나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며칠 뒤, 이상하게 마음이 공허하고 우울해졌어요. 늘 가던 회사, 늘 보던 동료, 똑같은 집인데 괜히 마음이 울적하고, “이게 원래 내 일상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알고 보니, 이게 바로 ‘여행 전후 심리 기복’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감정의 파도를 겪지만, 대부분은 그냥 ‘기분 탓’이라 넘기고 말죠. 저는 이걸 몇 차례 겪은 후에야, 그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여행 전: 설렘과 기대 속 ‘비현실적 낙관’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은 마치 연애 초반처럼 설레요. 항공권을 끊고, 숙소를 고르고, 먹고 싶은 음식 사진을 저장하고, 지도에 체크를 하면서 “이 여행이 내 삶을 바꿔줄지도 몰라”라는 기대를 하게 되죠.
이 시기에는 뇌에서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활발하게 분비돼서 기대감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현실의 불만은 작게 느껴지고, 여행에 대한 환상은 점점 커지죠.
하지만 이 시점의 감정은 사실 ‘과장된 낙관’ 일 수 있어요. 여행이 해결책이 되어줄 거라는 기대가 쌓이지만, 현실과의 온도 차는 나중에 실망감으로 돌아오기도 하죠.
준비 중의 팁: 여행 자체를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들려고 하기보단, “잠시 쉬었다 오는 시간” 정도로 생각하면 나중에 실망하지 않아요. 여행은 도피가 아니라 ‘전환’이니까요.
여행 중: 흥분과 만족, 그리고 예상 밖의 스트레스
드디어 떠난 여행, 첫 공항의 공기부터 낯선 도시의 소리, 새로운 음식… 이 모든 게 자극적이고 짜릿하죠. 특히 첫날과 둘째 날의 흥분도는 최고조에 달합니다.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느낌.
하지만 동시에 스트레스도 숨어 있어요. 길을 잘못 들거나, 숙소 체크인 문제가 생기거나, 예상보다 비싼 물가에 당황하기도 하죠. 특히 자유여행 초보자에겐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불안감도 커지죠.
또 하나, SNS를 자주 할수록 이런 감정 기복이 더 심해져요. “남들보다 더 멋진 사진을 올려야 해”, “여기 왔으면 여긴 꼭 가봐야 해” 같은 강박이 생기거든요.
여행 중의 팁: 여행 중엔 계획을 다 지키지 않아도 괜찮아요. 즉흥적인 선택이 오히려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때가 많거든요. 완벽하려 하지 말고, 흐트러짐도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세요.
여행 직후: 현실 복귀의 허무함, 여행 블루(Travel Blue)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겪는 심리 기복은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예요. 이른바 ‘여행 후유증’ 또는 ‘트래블 블루’라고 하죠. 전날까지만 해도 낯선 도시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다음 날부터는 다시 지하철과 회의, 반복되는 루틴이 시작되죠.
문제는 감정이 갑자기 뚝 끊긴다는 거예요. 뭔가를 상실한 것처럼 공허하고, 그때의 기억이 오히려 더 외롭고 우울하게 다가오기도 해요. 특히 혼자 여행을 다녀온 경우, 이런 감정 기복은 더 심하게 나타나요. 감정의 격차가 클수록 복귀 후의 멍함은 커지니까요.
이 시기의 우울감은 정상이지만, 방치하면 일상에 대한 무기력으로 번질 수 있어요.
여행 후의 팁: 여행의 여운은 무리하게 없애려고 하지 말고, 차분히 기록하고 정리해 보세요. 사진을 인화하거나, 여행기를 써보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다음 여행을 가볍게 ‘계획만’ 해보는 것도 추천해요. 다시 기대할 무언가가 생기면 회복이 쉬워지거든요.
결국 여행은 감정의 파도, 삶은 그 이후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야 알게 됐어요. 여행의 진짜 목적은 '비일상의 체험'이 아니라,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라는 걸요. 감정이 요동치는 건 어쩌면 당연해요. 새로운 곳에 가면 설레고, 돌아오면 허무하고… 그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예요.
이제는 여행을 앞두고도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아요. 다녀오고 나서도 ‘이 기분이 이상한 게 아니구나’ 하고 그대로 느끼고 흘려보내요. 그게 여행을 ‘도구’가 아닌, ‘내 감정의 거울’로 만드는 방법이더라고요.
여행 전후에 흔들리는 감정들,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건 당신이 이 삶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