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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프리스치케 조지아 고대도시 탐방 (기원전, 종교, 동굴)

by l8m8l 2025. 6. 18.

조지아 중부 고원지대에 자리한 우프리스치케(Uplistsikhe)는 기원전부터 사람이 거주했던 고대 암굴도시입니다. 수천 년 세월을 견뎌온 이 도시는 바위를 파내 만든 독특한 건축 양식과 고대 종교의 흔적, 그리고 조지아 문명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프리스치케의 ‘기원전의 흔적’, ‘종교의 흔적’, ‘동굴 도시의 구조’를 중심으로 고대 도시 탐방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우프리스치케 조지아 고대도시 탐방

기원전 문명의 흔적이 살아 있는 땅

우프리스치케의 역사는 무려 기원전 1천 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지아 전역에서 가장 오래된 정착지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철기 시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가 중첩되며 진화해 왔습니다. 바위산 한가운데 자리한 이 도시는 외부의 침략을 피하고, 지역 간 교역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기능했습니다. 특히 실크로드의 변방 지점으로 기능하면서도, 자체적으로 문화와 생활을 유지한 독립적인 도시 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곡물 저장소, 생활공간, 압착식 와인 저장소, 공예 작업장 등은 수천 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공간이 바위산 내부를 파내어 만든 ‘동굴’ 형태라는 것입니다. 현대적 의미의 건물과는 전혀 다르지만, 그 기능과 효율성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합니다. 고고학자들은 우프리스치케를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 부르며, 그 역사적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종교의 흔적과 신앙의 변천사

우프리스치케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이곳이 고대 이교도 신앙과 초기 기독교가 공존했던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기원전 시대에는 태양 숭배를 중심으로 한 조로아스터교적 요소가 강하게 남아 있었고, 이에 맞춰 건축된 제단이나 제례 공간이 암벽 사이사이에 남아 있습니다. 바위 위에 세워진 ‘제사장 집’이라고 불리는 공간은 자연 채광을 이용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종교의식을 위한 일종의 성역이었습니다. 이후 기독교가 조지아에 유입되면서 우프리스치케는 종교적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특히 도시 정상에 세워진 기독교 바실리카 교회는 9세기 무렵 건축된 것으로, 암굴문화와 중세 교회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유산입니다. 건물 외벽은 석조로 되어 있지만, 내부는 여전히 동굴처럼 어두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두 시대가 충돌하면서도 조화를 이룬 느낌을 줍니다. 이런 점에서 우프리스치케는 단지 고대 도시를 넘어서, 종교와 문명의 교차로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동굴 도시의 구조와 삶의 흔적

우프리스치케는 단지 몇 개의 동굴로 구성된 장소가 아닙니다. 실제로는 수백 개에 달하는 방과 터널, 공간이 연결된 도시 전체가 암석 속에 새겨진 거대한 구조물입니다. 전체 면적은 약 8헥타르에 달하며, 주거 공간 외에도 회의실, 공연장, 감옥, 시장 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던 공간이 존재합니다. 가장 유명한 장소 중 하나는 원형 돔 천장을 지닌 극장형 공간인데, 고대 조지아 인들이 어떻게 공공 행사를 치렀는지를 보여줍니다. 통풍과 채광, 동선의 효율성까지 고려된 동굴 배치는 고대인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편, 암굴 사이로 이어지는 작은 계단과 통로들은 지금도 사람들을 안내하듯 이어지며, 방문객에게 ‘내가 과거에 있는 듯한 착각’을 선사합니다. 바람에 닳고 햇빛에 굳어진 바위 표면은 수세기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벽면의 조각이나 홈은 당시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문화적 사고를 짐작하게 합니다. 여느 관광지와 달리, 이곳은 설명을 듣기보다 직접 걷고 만지며 느껴야만 진짜 매력을 알 수 있습니다.

우프리스치케는 시간과 신앙이 남긴 거대한 유산

우프리스치케는 단순한 고대 유적지가 아닙니다. 이곳은 기원전부터 중세까지 이어진 조지아 문명의 압축판이며, 암석 위에 새겨진 인간의 삶과 믿음의 증거입니다. 각기 다른 시대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얽히고설켜 있는 이 도시는, 마치 살아 있는 역사책을 읽는 것처럼 여행자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고요한 돌길 위를 걸으며 과거의 시간에 닿아보고 싶다면, 우프리스치케는 반드시 들러야 할 곳입니다. 단 한 번의 방문으로 수천 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그곳, 조지아의 심장부에서 시간 여행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