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여행해도 괜찮은 걸까?” 어느 날부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짧은 며칠을 위해 많은 플라스틱 포장 음식을 사고, 하루 동안 수십 번 택시를 타며 돌아다니던 제 모습. 그게 즐거운 줄 알았는데, 문득 내가 지나친 공간엔 어떤 흔적이 남았을까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그다음 여행부터는 아주 작게, 아주 느리게 바꿔보기 시작했어요. 거창한 건 아니었어요. 물티슈 대신 손수건,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선택했죠. 이 글은 그렇게 작은 선택들로 조금씩 변해가는 ‘지속가능한 여행’ 이야기에요.
에코백 하나로 시작하는 친환경 여행
처음엔 가방 속에 에코백 하나를 넣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현지에서 마켓에 들를 때,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구매할 때, 굳이 비닐봉지를 받을 필요가 없었거든요. 특히 유럽이나 일본에선 “에코백 챙겨 오셨네요”라며 미소 짓는 상점 직원도 많았어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건 생각보다 쉽습니다. • 텀블러 or 다회용 컵 • 다회용 수저 세트 • 비누형 샴푸 or 고체 치약 • 손수건 or 천 휴지 이 네 가지만 챙겨도, 하루 여행 중 생기는 일회용 쓰레기를 7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해요.
요즘은 ‘제로웨이스트 키트’도 많이 판매되니 출국 전에 한 번쯤 챙겨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특히 동남아나 유럽의 작은 마켓에선 ‘나의 행동’ 하나로 지역 주민들과 연결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어요.
교통수단만 바꿔도 탄소 발자국이 줄어든다
비행기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그 이후의 선택은 우리가 바꿀 수 있어요. 도착한 도시에서 택시 앱을 켜는 대신, 지도 앱으로 도보·지하철 루트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 1~3km 거리는 도보 • 5~10km 거리는 대중교통 • 15km 이상은 카쉐어링 or 택시 합승 이렇게 기준을 정해두면 훨씬 자연스럽게 환경을 고려한 이동이 가능해져요.
그리고 유럽, 일본, 대만 등은 자전거나 e-스쿠터 대여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현지의 공기와 리듬을 몸으로 느끼는 데도 훨씬 좋아요. 저는 교토에서 ‘시내버스+도보 조합’으로 하루를 다녔는데, 관광지보다 골목길 풍경에서 더 많은 걸 느꼈어요.
친환경 교통수단은 단순히 ‘환경 보호’가 아니라 ‘지역을 천천히 체험하는 방식’이라는 걸 여행을 거듭할수록 느끼게 돼요.
지역에 돈이 남는 소비를 하자
대형 프랜차이즈보다는 현지에서 직접 운영하는 작은 가게, 로컬 브랜드, 지역 장인들이 만든 기념품을 구매해 보세요. 그 선택 하나가 그 지역의 경제 순환과 자립에 도움이 돼요.
저는 전주 여행 중, 대형 카페 대신 전통시장 내 로스팅 카페를 찾았어요. 커피 맛은 더 좋았고, 사장님은 “이 동네까지 찾아오신 분은 처음이에요”라며 직접 담근 매실청도 나눠주시더라고요.
그런 경험은 어디에도 없던, 내 여행만의 ‘로컬 기억’이 돼요. 그리고 그런 소비는 지속 가능한 여행의 진짜 핵심이기도 해요.
여행은 경험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
지속 가능한 여행은 거창하거나 불편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여행자 자신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배려의 태도’에 가까워요.
매번 새 텀블러를 챙기고, 현지의 물을 마시고, 걷는 시간을 즐기고,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는 여행. 이 작은 행동들이 모여 여행의 본질을 더 깊고 진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저는 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다음 여행에선 꼭 묻고 싶어요. “이 선택이 환경과 사람 모두에게 좋은 선택일까?”
그 물음 하나가 여러분의 여행을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들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