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단순히 목적지로 향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움직이는 도시이자, 소리가 있고 냄새가 있고 관계가 살아 있는 또 하나의 ‘공간’입니다. 캄보디아의 기차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이동하는 동안 마주치는 수많은 장면들은 여행자에게 새로운 시선과 감정을 남깁니다. 이번 글에서는 캄보디아 기차 안에서 펼쳐지는 문화적 풍경들을 ‘간식’, ‘음성방송’, ‘상인’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먹는 게 여행이다 – 기차 안 간식 문화의 따뜻함
캄보디아 열차 안에서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건 창밖 풍경보다 간식의 냄새입니다. 기차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를 따라 노란 바구니를 든 상인들이 다양한 먹거리와 음료를 팔며 지나갑니다. 닭고기 꼬치, 바삭한 쌀과자, 작은 비닐봉지에 담긴 설탕땅콩, 그리고 얼음을 가득 담아 직접 만든 현지 아이스커피까지.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이동 중 펼쳐지는 문화 체험의 일부입니다. 음식 하나하나에는 지역적 차이와 계절, 재료의 다양성, 사람들의 취향이 스며들어 있죠.
푸논펜에서 캄폿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나는 구수한 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커다란 바나나잎에 싸인 찹쌀떡을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검은콩이 들어 있었고, 그 맛은 한입 씹는 순간, 어린 시절 할머니가 싸준 주먹밥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습니다.
현지인들은 이런 간식을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듯했습니다. 옆자리 아저씨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내게 권하며 “이건 오늘만 만든 거예요. 얼음이 녹기 전에 꼭 드세요.”라고 말해줬습니다. 이 작은 나눔이, 기차라는 공간을 잠시 ‘공동체’로 만들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캄보디아 열차 안의 간식은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와 마주 앉아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입니다.
낯설지만 정감 가는 안내 – 기차 방송의 리듬
캄보디아 기차를 타고 있으면, 가끔씩 작은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안내 방송이 들려옵니다. 이 방송은 단정한 여성의 목소리, 약간은 수줍고 느릿한 톤으로 "다음 역은 ○○입니다. 하차 준비 바랍니다"라고 반복됩니다.
재미있는 건 이 방송이 정해진 시각이 아닌 분위기에 따라 나오는 듯하다는 점입니다. 어떤 역에서는 두 번 반복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한 번도 나오지 않기도 하죠. 심지어 때때로 기장이 마이크를 잡고 직접 방송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뒤쪽 칸까지 들릴 만큼의 진심이 담긴 음성이 열차 전체를 감쌉니다.
나는 바탐방에서 캄퐁참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있을 때, “우리 열차는 이제 곧 해가 지는 들판을 지납니다”라는 방송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건 정류 안내가 아니라, 풍경에 대한 초대였죠.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은 하나둘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기차 안은 순식간에 조용한 노을 감상실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송은 정확성보다 ‘함께 걷는 기분’을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시간을 통제하기보다 느슨한 리듬을 공유하는 이 문화는 캄보디아 열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 정서적 공간으로 작동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방송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허리를 펴고, 창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이곳에서 내가 단지 손님이 아니라, 구성원 중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사람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공간 – 열차 속 상인들
캄보디아 열차 안에는 소소한 장사를 하는 현지 상인들이 수시로 등장합니다. 기차가 정차하면, 플랫폼을 따라 간식을 든 손수레가 몰려들고,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어르신까지 다양한 상인들이 일상처럼 물건을 팔고 사죠.
이 장면은 단순히 물건 거래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선이 오가는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어느 날, 타케오 역에서 열차가 정차했을 때 한 여성 상인이 작은 쟁반에 따끈한 달걀 삶은 것을 올려 들고 기차 안으로 올랐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걸으며 조용히 한 마디를 했습니다. “따뜻해요. 지금이 제일 맛있어요.” 그 말 한마디가, 기차 안의 정적을 부드럽게 깨트렸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두 개를 샀고, 앞자리에 앉아 있던 외국인 커플은 “우리가 캄보디아에서 처음 사 본 음식이에요”라며 웃었습니다. 열차는 플랫폼을 떠났지만, 그 상인의 미소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기차에서 상인을 만나는 건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훨씬 더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왜냐하면 열차라는 닫힌 공간 안에서, 그들의 손끝과 눈빛이 더 직접적으로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열차를 타는 것은 곧, 현지인의 삶 속으로 조용히 들어가 잠시 함께 흔들리는 경험입니다.
캄보디아의 기차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소리, 냄새, 대화, 상호작용이 모두 존재하는 하나의 마을입니다. 간식 하나, 음성 한 줄, 상인의 눈빛 하나에서 현지인들의 삶과 태도, 여행자에 대한 따뜻한 거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차 안에서의 풍경은 창밖보다 그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감정이 더 풍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캄보디아의 열차는 단순한 교통이 아니라 하나의 여행지로 기억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