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면, 나도 가보고 싶다.”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어느 날 우리는 여행을 결심해요. 장소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감정이 머문 곳이기 때문이죠.
이처럼 콘텐츠를 보고 떠나는 여행, 즉 ‘스크린 투어리즘(Screen Tourism)’은 2025년 현재 전 세계 여행 트렌드를 새롭게 바꾸고 있어요.
특정 장소가 등장한 것만으로 수천, 수만 명의 방문객이 몰리고 잊혀졌던 시골 마을이 인기 관광지로 부활하기도 하죠.
이 글에서는 스크린 투어리즘이 실제로 여행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콘텐츠가 만들어낸 여행 문화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뤄보려 해요.
스크린 투어리즘이란 무엇인가?
스크린 투어리즘은 말 그대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OTT 콘텐츠 속에 등장한 장소를 직접 방문하는 여행 형태에요. 기존의 관광이 자연이나 역사적 장소에 기반했다면, 스크린 투어리즘은 **감정적 공감과 팬심**에 기반한 여행이죠.
대표적인 스크린 투어리즘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어요:
• 뉴질랜드 마타마타 – 반지의 제왕 ‘호빗 마을’
•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 왕좌의 게임 킹스랜딩
• 한국 전주 한옥마을 –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 일본 가마쿠라 – 슬램덩크 엔딩 철도 건널목
이런 장소들은 콘텐츠가 히트한 이후, 원래 관광지 이상의 가치와 이야기를 가진 ‘감정의 공간’으로 재탄생해요.
콘텐츠가 살려낸 지역들의 실제 사례
① 강릉 주문진 – 도깨비가 만든 여행 성지
드라마 도깨비가 방영된 후, 공유와 김고은이 만났던 방파제는 하루 3천 명 이상이 방문하는 촬영 명소가 되었습니다. 강릉 시는 해당 장소에 포토존과 표지판을 설치하고, 주변 상권도 덩달아 활기를 찾았죠.
②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 영화 ‘리틀 포레스트’ 배경
한적한 농촌이었던 이 마을은 영화 방영 이후, ‘귀농 로망’과 연결된 콘텐츠 여행지로 떠올랐어요. 실제 귀촌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되며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어요.
③ 아일랜드 – 넷플릭스 드라마 '더 위쳐' 촬영지
드라마에 등장한 절벽 지형과 숲은 ‘스크린 로드 투어’ 상품으로 운영 중이며, 지역 당국은 콘텐츠 관광을 위한 예산을 따로 편성할 정도로 경제적 파급력이 커졌어요.
이처럼 스크린 투어리즘은 단순히 ‘팬을 끌어모으는 여행’이 아니라, 지역 경제, 정체성, 콘텐츠 산업까지 살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어요.
팬심에서 로컬로, 콘텐츠 기반 여행의 진화
스크린 투어리즘은 단순히 ‘촬영지에 다녀왔다’는 인증 여행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더 로컬의 삶을 이해하고, 콘텐츠와 현실을 비교하며 느끼는 깊이 있는 여행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기생충’ 속 계단 골목이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병원 배경지에 다녀온 이들은 그 장소가 단지 드라마에 등장한 배경이 아니라, 그 도시의 삶과 구조,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해요.
또한 팬 중심의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성지순례’처럼 작품의 세계관과 현실을 연결해보는 워킹맵, OST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걷는 투어 등이 공유되며 단순 촬영지를 넘어서 경험 기반의 감성 여행으로 확장 중이에요.
콘텐츠 여행을 더 깊게 즐기기 위한 팁
1) 촬영지 방문 전, 다시 보기 한 번: 장소에 대한 감정 몰입도를 훨씬 높여줘요.
2) 현지 소상공인을 이용하기: 콘텐츠가 살린 지역이 지속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에요.
3) 팬 예절 지키기: 주민 거주 공간에서 큰 소리, 무단 촬영 등은 피해주세요.
4) ‘다른 장면도 여기에 있대!’처럼 숨은 장소 찾기: 구글맵 + 팬 커뮤니티 활용
이런 방식으로 콘텐츠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작품과 삶 사이의 연결’이란 깊은 경험으로 다가오게 되요.
스크린은 끝났지만, 그 감정은 여행이 된다
좋아하는 드라마가 끝난 그날, 우리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오죠. 하지만 그 장면, 그 감정, 그 대사를 현실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 바로 그게 스크린 투어리즘의 시작입니다.
콘텐츠가 사랑받는 만큼, 그 장소도 다시 살아나고, 여행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감정의 전승자가 됩니다.
다음 여행,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했다면 한 번쯤, 당신이 사랑했던 장면을 찾아 떠나보세요. 스크린은 끝났지만, 그 감정은 계속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