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퐁은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시 중 하나이자, 베트남 북부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의 음식에는 바다의 풍미가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조개, 새우, 게,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특산 해산물까지. 화려하진 않지만 정직하고, 낯설지만 중독성 있는 맛들이 골목마다 숨겨져 있죠. 이 글에서는 하이퐁에서 꼭 먹어봐야 할 해산물 요리들과, 여행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로컬 식당들을 소개해드립니다.
하이퐁에서 꼭 먹어야 할 조개 요리
하이퐁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해산물 노점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조개 요리’는 지역 사람들이 자주 먹는 가장 친숙한 바다 음식입니다. 대표적인 요리는 “nghêu hấp sả”, 즉 레몬그라스 찜 조개입니다. 은은하게 향이 밴 국물과 함께 조개를 쪽 빨아먹으면, 갓 잡아 올린 신선함이 입 안 가득 퍼지죠. 칠리소스를 살짝 찍어 먹으면 단짠매의 조화가 일품입니다. 또 다른 인기 메뉴는 조개 구이입니다. 숯불 위에 올려 살짝 익힌 뒤 마늘과 고수를 얹고, 특유의 느억맘(베트남 생선소스) 기반 소스를 곁들이는 방식인데요, 바삭하게 익은 조개의 바다 향이 깊게 배어들어, 맥주와 함께 즐기기에 딱 좋습니다. 조개 요리를 맛보기 좋은 로컬 맛집으로는 “Ốc Hải Sản 24h”와 “Ốc Hương Hải Phòng”이 있습니다. 이곳은 현지인들이 퇴근 후 삼삼오오 모여 조개를 굽고, 웃고,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공간이기도 하죠. 외국인이 방문해도 환영받는 분위기라, 혼자 가도 전혀 부담 없습니다.
새우와 게로 즐기는 진짜 하이퐁의 맛
하이퐁의 해산물은 양보다 질로 승부합니다. 특히 ‘새우’와 ‘게’ 요리는 이 지역의 해산물 레벨을 보여주는 핵심이죠. ‘Tom rim’이라 불리는 카라멜 새우 조림은 단짠단짠의 조화가 완벽한 요리입니다. 설탕과 피시소스로 졸인 양념이 새우 껍질에 배어들어, 껍질째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고 고소하죠. 밥과 함께 먹으면 식욕이 폭발하는 맛이에요.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리는 바로 ‘cua rang me’, 즉 타마린드 소스로 볶은 게 요리입니다. 상큼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게살과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자아냅니다. 먹기는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손에 양념을 묻혀가며 뜯는 재미가 이 요리의 진짜 묘미죠. 이런 메뉴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Quán Cua Đồng”이나 “Nhà hàng Hải Sản Thành Công” 같은 식당이 제격입니다. 외국인 메뉴판도 구비되어 있고, 가격도 비교적 합리적입니다. 식당이 크지 않고 소박하지만, 그만큼 맛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로컬 식당에서 만나는 진짜 바다의 맛
하이퐁 여행자들이 종종 놓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진짜 로컬 식당입니다. 관광지 중심의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골목 어귀 작은 식당들에서 진짜 하이퐁의 맛이 시작되거든요. 특히 “chợ Cát Bi” 근처에 위치한 해산물 포장마차들은 지역 주민들이 자주 가는 곳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검증된 곳입니다. 메뉴는 주로 해산물 볶음, 해산물 라면, 해산물 튀김 등 간단하지만 진한 풍미가 특징이에요. 또한 로컬 식당에서는 해산물 외에도 ‘Bánh đa cua’라는 하이퐁 특유의 게국수를 꼭 맛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넓은 쌀국수 면에 진하게 우려낸 게 육수, 토마토, 고기 토핑이 어우러져 국물 맛 하나로 승부하는 요리입니다. 이건 정말 하이퐁에서만 제대로 맛볼 수 있는 한 그릇이에요. 여행자들에게 친절하면서도 너무 상업적이지 않은 곳을 찾는다면, “Bánh Đa Cua BàCụ” 같은 곳이 딱입니다.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모습에 처음엔 당황할 수도 있지만, 음식이 나오고 나면 그 모든 소란이 이해될 겁니다.
하이퐁의 해산물은 화려하진 않지만 깊고 정직한 맛이 있습니다. 조개와 새우, 게 한 마리에도 도시의 기운이 녹아 있고, 로컬 식당 한 켠에도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죠. 여행 중 하루쯤은, 관광이 아니라 ‘한 끼 식사’를 통해 하이퐁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그 한 끼가, 오래 기억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