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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눅시오 국립공원 탐방기 (숲, 트레킹, 피톤치드)

by l8m8l 2025. 6. 19.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도시 자체가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공간입니다. 도심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펼쳐져 있고, 그 경계를 벗어나면 금세 숲과 호수, 새소리 가득한 풍경이 시작됩니다. 헬싱키에서 단 한 시간만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눅시오 국립공원(Nuuksio National Park)은 북유럽 특유의 울창한 침엽수림과 맑은 호수, 생태 그대로 보전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보석 같은 공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헬싱키에서의 이동 방법부터 눅시오 숲 속의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트레킹의 즐거움과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의 의미까지 소개해 드립니다.

헬싱키 눅시오 국립공원

숲이 반겨주는 도시, 헬싱키에서 눅시오까지

핀란드 헬싱키는 유럽의 수도 중에서도 드물게 ‘숲과 바다’ 두 요소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지도를 펼쳐 보면 헬싱키는 33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군도 도시이며, 도시 경계를 벗어나 조금만 이동해도 원시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눅시오 국립공원은 헬싱키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약 3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대중교통이나 렌터카를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에스포(ESPOO) 지역까지 이동한 후, 로컬 버스를 타면 약 1시간 20분 만에 숲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도심에서 출발해 단시간 내에 대자연 속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은 핀란드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특히 여름철이면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오후에 출발해도 한가로이 숲 속 트레킹을 즐기기에 충분합니다. 여행자가 많은 도심의 북적임에서 벗어나, 고요하고 차분한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에 딱 알맞은 곳입니다.

트레킹으로 만나는 북유럽의 숲길

눅시오 국립공원의 트레일은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자신의 체력과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약 4km 길이의 하웅삼펄카(Haukkalampi) 트레일입니다. 이 코스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따라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으며, 곳곳에 전망대와 휴식 공간, 피크닉 벤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숲길을 걷다 보면 소나무와 전나무, 자작나무가 어우러져 형성한 녹음 속을 통과하게 되고, 발밑으로는 야생 블루베리나 이끼류가 부드럽게 깔려 있습니다. 곳곳에 숨은 호수는 숲의 거울처럼 하늘과 나무를 비추며, 때로는 오리 한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합니다. 많은 트레킹 코스는 사람의 손을 최소한으로 탄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길에는 별다른 인공 장치가 없어 자연을 온전히 느끼게 합니다. 숲길을 걷는 동안 들리는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발밑의 낙엽을 밟는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뿐입니다. 그 안에서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자연과 감정을 교류하는 시간이 됩니다.

피톤치드와 공기의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다

눅시오 국립공원은 단순한 숲이 아니라 ‘공기 자체가 치유가 되는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림욕이 각광받는 이유는 바로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라는 식물성 항균 물질 덕분인데, 눅스 오는 이 피톤치드 농도가 높은 대표적인 북유럽 숲으로 꼽힙니다. 공기가 다르다는 건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폐와 피부,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사실입니다. 눅시오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숨을 깊게 쉬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의 긴장도 서서히 풀립니다. 일부 방문객들은 숲 속에 깔린 자작나무 아래 매트를 펴고 조용히 명상을 하거나, 나무에 손을 얹고 ‘숲과 연결되는 느낌’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핀란드인들은 이를 ‘루오눈타’라고 표현하는데, 자연과 사람의 에너지가 교류하는 순간이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눅시오 국립공원은 단지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곳을 넘어, 도시인들에게 ‘자연과 재접속하는 법’을 알려주는 공간이 됩니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그 후에 마음이 따라오는 장소. 그래서 눅시오에서의 하루는, 그 어떤 여행보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헬싱키의 진짜 매력은 도시 밖에 있다

헬싱키는 도시 자체도 아름답지만, 진짜 매력은 도시 경계 너머 자연 속에 있습니다. 눅시오 국립공원은 그 상징과도 같은 공간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하루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여행지입니다. 북유럽 특유의 숲과 호수, 그리고 고요한 공기가 전해주는 감정은 여행지 이상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몸이 지쳐 있다면, 헬싱키에서 눅시오까지 떠나는 숲속 트레킹은 그 무엇보다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